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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다가올수록 내 심장 박동 수만 빨라지는 게 아니라 머리카락 빠지는 속도도 빨라지는 것 같다. 독서실에서 멍하니 있다가 습관적으로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데, 손끝에 닿아야 할 까슬까슬한 머리카락 대신 매끄러운 살결이 만져졌을 때의 그 서늘한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화들짝 놀라 거울을 비춰보니 오른쪽 귀 위쪽, 그러니까 옆머리 쪽에 500원짜리 동전만 한 휑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정수리도 아니고 하필이면 옆머리라니. 바람이라도 불면, 혹은 무심코 머리를 묶으면 바로 드러나는 위치라 더 절망적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말로만 듣던 원형 탈모라는 걸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그리고 밤새 찾아본 자료에서도 내 증상은 명백한 원형 탈모였다.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면역세포가 내 모낭을 적으로 착각해 공격한다는 그 무시무시한 병 말이다.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라는데, 수험생인 나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건 숨을 쉬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도 찔끔 났지만, 이대로 내 소중한 옆머리를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나는 펜 대신 빗을 들고, 수학 공식 대신 두피의 혈 자리를 공부하며 '헤드 마사지'라는 생존 전략을 세우게 되었다.

왜 하필 옆머리일까: 측두근의 긴장과 스트레스의 직격타

도대체 왜 정수리도 아니고 옆머리에 구멍이 뚫린 건지 그 이유부터 파헤쳐 보았다. 우리 머리의 옆면, 즉 관자놀이부터 귀 뒤쪽까지 이어지는 부위는 '측두근'이라는 근육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근육은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아 이를 악물거나, 집중하느라 어금니에 힘을 줄 때 가장 많이 긴장하는 부위다. 생각해보니 나는 수학 문제를 풀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무는 습관이 있었다. 이렇게 측두근이 딱딱하게 굳으면 그 위를 덮고 있는 두피로 가는 혈관이 눌리게 되고, 혈액순환이 막혀 모낭에 영양 공급이 끊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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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옆머리는 우리가 흔히 '뱀이 기어가는 모양'이라고 부르는 사행성 원형 탈모가 시작되는 주요 부위이기도 하다. 후두부나 측두부에서 시작해 띠 모양으로 번지는 이 유형은 예후가 좋지 않아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내 옆머리가 겪고 있는 물리적인 압박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안경을 쓰는 친구들은 안경다리가 옆머리를 눌러 혈류를 방해하기도 하고, 여학생들의 경우 머리를 꽉 묶는 습관이 견인성 탈모를 유발해 옆머리를 더 휑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내 옆머리 탈모는 자가면역 반응이라는 내부적인 폭탄과, 근육 긴장이라는 외부적인 압박이 만나 터져버린 결과였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것도 방법이지만, 매일매일 딱딱하게 굳어가는 내 옆머리 근육을 풀어주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는 돈 안 들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테라피, 헤드 마사지에 목숨을 걸기로 했다.

셀프 헤드 마사지: 죽은 옆머리 심폐소생술

탈모 샴푸를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두피를 밭으로 만드는 일이다. 딱딱하게 굳은 땅에 아무리 좋은 비료를 뿌려봤자 흡수가 안 되듯이, 긴장된 두피에는 아무리 좋은 앰플을 발라도 소용이 없다. 헤드 마사지는 두피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혈액순환 고속도로를 뚫어주는 작업이다. 특히 옆머리 원형 탈모가 있는 나에게는 측두근의 긴장을 푸는 것이 급선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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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천하고 있는 마사지 루틴은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효과는 강력하다. 먼저 손을 깨끗이 씻은 후, 손톱이 아닌 손가락 끝의 지문 부위를 이용해 관자놀이부터 귀 뒤쪽까지 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눌러준다. 이때 절대 원형 탈모가 생긴 부위를 직접적으로 강하게 비비면 안 된다. 이미 약해진 모낭이 마찰에 의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탈모 반의 주변부, 즉 경계선 바깥쪽을 지긋이 눌러주어 그쪽으로 피가 쏠리게 유도해야 한다.

귀 바로 위쪽의 두피는 손가락으로 집어 올리듯이 마사지해 주면 좋다. 처음에는 두피가 두개골에 딱 달라붙어 꼼짝도 안 하는 느낌이었는데, 매일 꾸준히 해주니 조금씩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이게 바로 두피가 숨을 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그리고 귀 뒤쪽의 툭 튀어나온 뼈(유양돌기) 주변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면, 머리로 올라가는 혈류량이 늘어나고 눈의 피로까지 싹 풀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두피 지압법은 뇌 산소 공급을 도와 공부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최고다.

마사지의 시너지 효과: 스트레스 해소와 멘탈 케어

헤드 마사지가 단순히 혈액순환만 돕는 건 아니다. 나에게 있어 헤드 마사지는 하루 중 유일하게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다. 독서실에서 집에 돌아와 좋아하는 노래를 작게 틀어놓고, 은은한 아로마 오일을 손끝에 묻혀 두피를 마사지하다 보면 하루 종일 곤두서 있던 신경이 노곤하게 풀어지는 걸 느낀다. 스트레스가 원형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인 만큼, 이 릴렉스 케어 시간은 내 모발 회복을 위한 가장 강력한 치료제인 셈이다.

마사지를 하면서 림프 순환이 원활해지면 두피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가 배출되는 효과도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두피열'이 옆머리와 정수리로 몰려 있었는데, 마사지를 통해 열을 분산시켜주니 두피가 한결 시원해지고 붉은 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두피열 완화는 탈모 진행을 멈추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두피가 뜨거우면 모공이 넓어지고 모발을 잡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저녁에 하는 헤드 마사지는 숙면을 유도한다. 수험생이라 늘 잠이 부족하지만, 짧게 자더라도 깊게 자는 게 중요하다. 자기 전 5분의 투자가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긴장을 풀어주고, 모발 세포가 가장 활발하게 재생한다는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의 골든타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잠을 잘 자야 면역력이 회복되고, 면역력이 회복되어야 내 면역세포가 머리카락 공격을 멈출 테니까.

옆머리 사수를 위한 생활 속 디테일

마사지와 함께 내가 바꾼 사소한 습관들도 공유하고 싶다. 우선 머리를 묶을 때 옆머리가 당기지 않도록 최대한 느슨하게 묶거나, 아예 묶지 않고 풀고 다니기 시작했다. 머리띠나 모자도 장시간 착용하면 측두부를 압박해 혈류를 막기 때문에 독서실에서는 무조건 벗어두고 있다. 견인성 탈모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샴푸를 할 때도 옆머리 부분을 더 신경 써서 헹군다. 옆머리는 귀 때문에 거품이 잘 씻겨 나가지 않고 남기 쉬운 부위다. 샴푸 잔여물은 두피를 자극해 염증을 유발하고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샤워기를 옆으로 돌려 귀 뒤쪽까지 꼼꼼하게 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극이 적은 약산성 샴푸를 사용해 두피 보호막을 지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식단에서도 변화를 주었다. 인스턴트 음식은 줄이고, 모발 성장에 필수적인 단백질과 비타민을 챙겨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콩이나 두부 같은 식물성 단백질은 물론이고, 면역력 강화에 좋은 아연이 풍부한 음식들도 도시락 반찬으로 싸 다니고 있다. 다이어트 탈모가 올까 봐 무리한 체중 감량은 절대 하지 않는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몸무게 숫자가 아니라 머리카락 개수니까.

머리카락은 다시 자란다, 내 성적도 오를 것이다

옆머리에 구멍이 뚫렸다고 해서 내 인생에도 구멍이 뚫린 건 아니다. 처음에는 거울 보는 게 너무 무섭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꾸준히 헤드 마사지를 하고 두피를 관리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휑하던 그 자리에 솜털 같은 머리카락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까슬까슬한 감촉이 손끝에 느껴졌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모의고사 등급이 올랐을 때보다 더 기뻤다.

원형 탈모는 대부분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재발이 잦고 관리가 까다롭긴 하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사랑해 준다면 두피는 반드시 보답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옆머리를 가리며 한숨 쉬고 있을 친구들아, 너무 걱정하지 마. 스트레스받으면 더 빠진다는 말이 제일 듣기 싫겠지만, 그래도 그게 정답인 걸 어떡해. 오늘 밤엔 책을 덮고 딱 10분만 나를 위해 머리를 마사지해 주자. 굳어있던 두피가 풀리듯, 꼬여있던 우리 문제들도 하나둘씩 풀려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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