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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펜과 염색의 상관관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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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가 두 자리 숫자에서 한 자리로 바뀌어가는 이 시점, 내 인생의 낙이라고는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뿐이었다. 그중 1순위는 단연코 탈색과 염색이었다. 칙칙한 검은 머리를 벗어던지고 아이돌처럼 신비로운 애쉬 그레이나 코토리 베이지로 변신해서 캠퍼스를 누비는 상상만으로도 독서실의 답답한 공기를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전 발견한 500원짜리 동전만 한 원형 탈모는 내 찬란한 계획에 먹구름을, 아니 핵폭탄을 떨어뜨렸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뻥 뚫린 머리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는 내 머리를 보더니 대뜸 냉장고에서 토마토를 꺼내 갈아주셨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엄마는 토마토에 든 '라이코펜'이 머리카락에 그렇게 좋다며 억지로 내 입에 컵을 들이미셨다. 나는 한 손에는 맛없는 토마토 주스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켜고 라이코펜이 도대체 탈모랑 무슨 상관인지, 그리고 내 꿈이었던 염색은 정말 포기해야 하는 건지 미친 듯이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된 잔인하고도 희망적인 진실들을 나와 같은 처지의 수험생 동지들에게 서술형으로 보고한다.
붉은 과일의 마법: 라이코펜이 내 머리카락을 지키는 원리
우리가 흔히 먹는 토마토나 수박, 붉은색 자몽에 들어있는 붉은 색소 성분이 바로 라이코펜이다. 문과인 나도 항산화 효과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라이코펜이 바로 그 항산화 물질의 대장 격이라고 한다. 수험생인 우리는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때 몸속에서는 '활성산소'라는 나쁜 찌꺼기가 생성된다. 이 활성산소는 혈관을 공격하고 세포를 늙게 만드는데, 당연히 두피 세포와 모낭도 공격 대상이 된다. 스트레스성 탈모가 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활성산소 때문인데, 라이코펜은 활성산소를 제거해서 모낭이 공격받는 것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더 놀라운 건 라이코펜이 탈모의 주범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는 점이다. 남성 호르몬이 변형된 DHT는 모낭을 쪼그라들게 만드는데, 라이코펜이 이 과정을 방해해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엄마가 왜 그렇게 토마토를 먹이려고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단순히 몸에 좋은 걸 떠나서, 내 머리카락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영양 공급이었던 것이다. 특히 라이코펜은 혈류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서, 딱딱하게 굳은 내 두피 끝까지 영양분이 배달되도록 돕는 배달 기사님 역할도 수행한다. 영양 불균형에 시달리는 수험생에게 토마토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목이었다.
생으로 먹지 마라: 라이코펜 흡수율을 높이는 수험생 식단 전략
라이코펜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문제는 어떻게 먹느냐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생으로 먹어 먹거나 설탕을 뿌려 먹곤 했는데, 이건 라이코펜을 10%도 흡수하지 못하는 하수들의 방법이었다. 라이코펜은 지용성이라서 기름과 함께 열을 가해 조리했을 때 체내 흡수율이 무려 5배 이상 높아진다. 생토마토를 먹는 건 그냥 수분 보충을 하는 셈이고, 진짜 탈모 예방 목적으로 먹으려면 올리브유에 볶거나 익혀서 먹어야 한다.
급식에 나오는 토마토 스파게티나 스크램블 에그에 들어간 토마토가 오히려 머리카락에는 더 좋다는 뜻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엄마에게 아침마다 토마토를 올리브유에 살짝 볶아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느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고소하고 풍미가 좋았다. 그리고 토마토 외에도 수박이나 붉은 파프리카에도 라이코펜이 풍부하니, 도시락 반찬으로 싸 다니며 틈틈이 섭취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생활 습관 개선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이렇게 먹는 것 하나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두피의 비명: 염색약이 원형 탈모에 미치는 치명적 영향
라이코펜으로 속을 채웠으니 이제 겉을 꾸미고 싶은 욕망, 즉 염색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형 탈모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의 염색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염색약에는 PPD(파라페닐렌디아민)나 암모니아 같은 강력한 화학 성분이 들어있다. 이 성분들은 모발의 큐티클을 강제로 열고 색소를 집어넣는데, 그 과정에서 두피에도 필연적으로 묻게 된다. 건강한 두피라면 따끔거리고 말겠지만, 이미 면역체계가 무너져 구멍이 뚫린 내 두피에는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특히 두피 장벽이 무너진 상태에서 염색약이 닿으면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확률이 매우 높다. 두피가 붉어지고 진물이 나며, 심할 경우 얼굴까지 퉁퉁 붓는 알레르기 반응이 올 수 있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염증 반응이다. 염색약의 화학 성분이 모낭을 자극하여 염증을 악화시키면, 가뜩이나 약해진 모근이 버티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뱉어내게 된다. 즉, 원형 탈모 반의 크기가 더 커지거나, 주변의 멀쩡한 머리카락까지 빠지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내가 꿈꾸던 애쉬 그레이는 탈색을 두세 번은 해야 나오는 색이다. 탈색약은 염색약보다 훨씬 독한 산화제를 사용한다. 두피에 화상을 입히는 것과 비슷한 고통을 주는데, 이걸 두피 열감이 가득하고 예민한 내 머리에 들이붓는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10대의 객기로 도전했다가는 대학 입학식에 가발을 쓰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잠시 멈춤의 미학: 지금은 색깔보다 뿌리를 지킬 때
친구들이 수능 끝나고 미용실 예약 잡을 때 나는 조용히 라이코펜이 든 토마토를 먹으며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지금 당장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두피가 보내는 구조 신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두피 트러블이 가라앉고 원형 탈모 부위에 솜털이 까맣게 올라와서 완전히 덮일 때까지는 화학 시술을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탈모 증상이 사라지고 나서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은 지난 뒤에 염색을 하라고 권장한다.
대신 나는 염색 욕구를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기로 했다. 두피에 닿지 않는 헤어 피스를 붙이거나, 모발 끝부분에만 살짝 컬러 트리트먼트를 사용하는 식이다. 물론 이것도 헹굴 때 두피에 닿을 수 있으니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염색 대신 두피 마사지나 헤어팩을 통해 모발의 결을 좋게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찰랑거리는 머릿결은 색깔 못지않게 중요한 매력 포인트니까. 건강한 두피 바탕이 있어야 어떤 색을 입혀도 예쁘게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붉은 머리 대신 붉은 토마토를 선택한 나의 다짐
결국 나는 수능이 끝나도 당분간은 검은 머리로 살기로 결심했다. 애쉬 그레이는 내년 여름방학으로 미뤄뒀다. 아쉽긴 하지만 지금의 인내가 나중에 더 풍성하고 예쁜 머리를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매일 아침 엄마가 볶아주는 토마토를 먹으며 라이코펜을 충전하고, 독서실에서는 틈틈이 두피 마사지를 하며 혈액순환을 돕고 있다.
머리카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나쁜 음식을 먹으면 바로 빠지고, 좋은 음식을 먹고 쉬어주면 다시 자라난다. 원형 탈모는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경고장이었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염색약을 발랐다면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수험생 친구들도 염색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면, 거울 속 두피를 한 번만 더 들여다보길 바란다. 멋내는 건 대학 가서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우리의 소중한 모근을 지키는 것이 1등급을 받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다.
혹시라도 이미 염색을 해서 두피가 뒤집어졌거나, 원형 탈모가 너무 심해서 집에서 토마토 먹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느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혼자 끙끙 앓다가 염증만 키우지 말고, 전문적인 진단과 케어를 통해 두피를 진정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대구 쪽에 사는 친구들이라면 백화점 안에 있어 접근성도 좋고 수험생 탈모 관리로 유명한 **'헤드스파K'**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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